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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특별기고―박종순 목사] 교회는 민족의 희망입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

by Bliss Yeo 2010. 4. 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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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박종순 목사] 교회는 민족의 희망입니다

 
솔직히 한국 교회 얘기를 꺼내려면 마음이 편치 않다. 한국 교회는 시대를 밝힌 등불이었다며 치켜세우는 사람, 뭘 했느냐며 돌을 던지는 사람, 무슨 대역죄나 지은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회개하자며 이벤트 행사를 벌이는 사람…. 교회는 지금 그 틈새에 서 있다.

잘하고 못하고에 대한 공적 평가는 교회 몫이 아니다. 평가란 평가 그 자체보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중량이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 교회는 교회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교회 밖의 소리를 소음 정도로 취급해 버리면 점점 더 커져 잡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개하라는 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회개는 주이신 그리스도의 명령이며, 세례 요한의 외침이기 때문이다. 회개 없는 구원이 있을 수 없고 거듭남이 있을 수 없다. 회개는 구체적이어야 하고 주체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교단을 분열시킨 사람들이 회개하려면 잘못을 고백하고 교단을 하나로 합하는 결단이 일어나야 한다. 그 자리, 그 교회인 채 회개를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돌팔매질하는 사람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 우선 자신이 돌 맞을 일이 없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것이 성서적 자아성찰론이다. 온갖 잡티로 얼룩진 사람이 상대를 향해 "얼굴을 깨끗이 닦으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종교는 공과가 있다. 그리고 조명자의 관점에 따라 공을 다룰 수도 있고 과를 다룰 수도 있다. 미래지향적 용기를 갖게 하는 접근법은 과를 질책하고 공격하는 것보다 공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부정적 접근보다는 긍정적 접근이 훨씬 더 효율적이며 갱신의 명약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공격, 대결, 흑백의 논리가 팽팽히 맞선 채 살벌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살리자는 전략은 실종되고 죽이자는 종말적 전략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 즈음에서 한국 교회는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성장의 골을 향해 달려온 지 120년, 그러느라 누가 뒤처지고, 누가 곁에서 헐떡였는지 돌보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겸허하게 뒤와 곁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소리를 가로막았던 귀마개를 벗어야 한다. 크다는 오만도, 작다는 비하도 걷어내야 한다. 우월감이나 열등감 모두 예수 정신은 아니다.

각 종교의 특성을 따지고 연구하고 접근하는 학문을 비교종교학이라 한다. 모든 종교를 비교하면 공과가 있다. 그런데 유별나게 기독교만을 색안경으로 관찰한다든지 과를 과대포장하는 것은 건강한 진단법이 못된다.

언젠가 사과 상자를 열었더니 흠집으로 사과 한 개 끝부분이 썩어 있었다. 이럴 경우 '사과가 썩었다'는 논리는 맞다. 그러나 '사과가 다 썩었다'는 논리는 비정상적 발상이다. 필자는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사과를 먹을 수 있었다. 상자 속 나머지 사과들은 모두 다 싱싱한 그대로였다. 관리 부실로 상자 안에 한두 개 썩은 사과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썩은 사과의 전염 부식을 예방하기 위해 도려내는 것을 개혁 혹은 갱신이라 말한다. 그렇더라도 사과 전체를 다 썩었다고 매도하는 것은 모순이고 공격이다. 개혁이나 갱신을 말하는 사람들도 이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사과 임자는 손 빠르게 썩은 사과를 가려내고 사과 상자를 점검해야 한다. 사과 상자를 다루는 일은 온전히 주인의 몫이다.

교회는 어느 시대나 자태가 드러난 산 위의 동네였다. 그래서 항상 밝고 맑고 깨끗해야 한다. 언제나 시대의 흐름을 읽고 시대정신을 이끄는 선진그룹이어야 한다.

2월25일이면 이명박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함께 신앙을 고백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기쁘고 찬하할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이지 한국 교회의 대표는 아니다. 역대 대통령의 실정은 측근, 가신, 공신 그룹에 대한 논공행상이 그 단초가 되었다. 그들이 대통령 통치의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만일 교회 지도자들이 무언가 기대를 갖고 권력 주변을 서성인다면 교회의 얼굴은 한층 더 추해질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돛 잃은 돛단배처럼 암울한 항해로 정열을 소진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등대로서, 산등성이의 동네로서 제 몫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훗날 한국 교회를 "그들은 불 밝힌 등대였노라, 우리의 희망이었노라"고 예찬하고 글로 쓰게 되길 갈망한다.

박종순 목사

약력

△예장통합 총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역임 △숭실대학교 이사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이사장 △충신교회 담임

출처 : 하사모
글쓴이 : 샤론의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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