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 神이 있다
2002년 01월 03일
성탄절을 맞아 성당과 교회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각종 의식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종교의식이 노리는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종교적 경외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의식에서 향을 피우거나, 사제가 기묘한 제스처를 하거나, 노래를 합창하는 까닭은 종교적 경외감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식의 두 번째 목표는 신자들이 자신을 초월해 자신보다 더 큰 실체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절대자와 영적으로 일체감을 느끼는 것을 신비체험이라 한다.
기도 절정때 활동 변화
종교의식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순전히 문화적 현상으로 간주됐다. 의식을 생물학적인 산물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행위의 신경과학적 측면을 연구해보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난 30년 간 의식행위가 진화론적 기원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신학(neurotheology)이 거둔 성과다. 신경신학은 신과 종교의 기원을 신경생물학에 바탕을 두고 연구한다. 인간의 영성과 뇌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려는 신생학문이다.
신경신학의 중심 인물인 미국의 앤드루 뉴버그 교수는 최첨단 영상기술을 사용해 명상에 빠진 티베트 불교 신자와 기도에 몰두하는 로마가톨릭교회의 프란치스코회 수녀가 아주 강렬한 종교적 체험의 순간에 도달할 때 뇌의 상태를 촬영했다. 뇌 사진의 분석 결과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명상이나 기도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뇌의 특정 부위에 입력정보의 정상적인 공급이 차단되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버그 교수는 뇌 활동의 비정상적인 변화로 말미암아 자신을 초월하는 종교적 경험, 곧 신비체험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프란치스코회 수녀들이 기도의 절정에 다다른 순간 하느님에게 가까이 다가가 하느님과 섞이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말하거나, 티베트 불교 명상 수행자들이 자아에 의해 만들어진 제한적인 감각 세계를 초월해 우주와 궁극적인 일체를 느끼는 상태에 도달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희망적인 생각이 환각이나 망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일련의 신경학적 사건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신경신학자들의 이러한 결론은 신이 진실로 존재한다면 신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뇌밖에 없다는 충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신이 인간의 뇌 속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신경신학자들이 종교적 경험에 대한 신경학적 토대로 제시하는 또 다른 사례는 종교의식에서 경험하는 경외감과 뇌의 변연계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변연계는 정서반응을 관장하는 신경회로의 집합체다. 종교의식에서 냄새, 색다른 제스처, 반복적인 소리를 결합하면 변연계를 자극해 종교적 경외감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간질 발작중 신비체험
또한 변연계의 간질 발작을 일으킨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황홀감과 종교적 경외감을 경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사도 바울, 잔다르크,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는 간질 발작에 의해 신비체험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사도 바울에게 예수의 목소리로 들리는 환청을 일으켰던 밝은 빛, 잔다르크가 들었던 하느님의 목소리,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가 본 환각은 간질 발작 상태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간질 발작 중에 신을 만난 적이 있다고 술회했다. 뇌수술을 집도한 의사들은 변연계에 자극을 받은 환자들이 가끔 종교적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요컨대 신경신학자들은 변연계가 종교적 체험에 필수적임을 시사하는 사례들을 통해 신이 사람의 뇌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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