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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종교성이 변하고 있다"

기독교 세계

by Bliss Yeo 2010. 5. 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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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 예배 넘어 이머징 예배로  
목회사회학연구소 제5회 공개 세미나…"현대인의 종교성이 변하고 있다"

 
입력 : 2010년 05월 03일 / 뉴스앤조이
     
 
통계청에서 2005년에 실시한 '인구 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천주교 교인 수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 사이에 74.4%가 늘었다. 반면 개신교는 1.6%가 줄었다. 실제로 목회 현장에서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떠난다는 우려 섞인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4월 30일 오후 3시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가 '예배, 포스트모던에 답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5회 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은 '이머징 교회(Emerging church)와 예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이머징 교회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교회 운동이다. 이머징 교회의 지도자들은 베이비 붐 세대 이후에 등장한 세대를 '이머징 세대'로 규정한다. 이머징 세대는 교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랐고 다원주의와 포스트모던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

이들에게 교회는 무의미하거나 흥미롭지 못한 곳이다. 그들은 조직적인 종교 기관에 가입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영적인 것에는 관심을 둔다. 미국 이머징 교회의 지도자 댄 킴볼은 이들을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 세대'로 규정한다.

이머징 세대는 영적인 경험을 원한다. 이머징 교회 지도자들은 현재 교회가 이머징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구도자 예배와 열린 예배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영적인 측면을 감춘다는 것, 또 오늘날 예배가 예배자를 관객으로 전락시키는 공연으로 변했다고 비판한다.

이런 비판 아래 이머징 교회의 예배는 의도적으로 신비감이 우러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교인들이 자유롭게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도 처소, 미술 처소 등의 공간을 만든다. 또 예배에 고전적인 예배 전통을 도입한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의 상황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한국 젊은 세대의 종교성이 변했다고 했다. "천주교가 성장한 이유는 개신교에 비해 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종교를 선택할 때 더 이상 재밌고 신나는 곳을 찾지 않고, 거룩해 보이는 곳을 택한다. 개신교는 이러한 변화를 읽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도 20여 년간 구도자 중심의 예배가 도입되고 정착되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요즘 열린 예배를 하는 교회에서 위기가 감지된다. 초창기에 보였던 호응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예배를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만 고민했지 영적 감흥은 주지 못했다"며, "이런 결과로 교인 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개신교의 예배가 지나치게 설교에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종환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예배학)는 설교가 예배의 중심이 되면서 설교자를 우상화하거나 개인의 시상이 하나님의 이름이라는 명분으로 선포되는 위험을 낳았다고 했다. 또 설교 중심의 예배는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예배당은 거대한 강의실로 전락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음악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예술을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고 반응하도록 돕는 이머징 예배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영적이고 진실한 예배 경험에 대한 갈증이 커져 간다. 이머징 예배는 고대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연출한다. 고대 신경의 낭송, 초와 기도 단을 사용하는 이머징 예배가 젊은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창조적인 예배를 실험하는 문화·예술 활동가 모임인 라이프트리(Life tree·대표 유정현) 단원들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들은 즉석에서 노래를 지어 부르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였다. 퍼포먼스 중간 중간마다 침묵하고 피아노 반주에 귀 기울였다. 박종환 교수는 "라이프트리의 퍼포먼스는 이성 중심의 예배에서 벗어나 오감을 사용하는 이머징 예배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 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머징 예배를 한국교회에 접목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선일 교수(새세대교회 성장 연구원·웨스터민스터대학원대학교)는 일부 이머징 교회 리더들이 표방하는 제도적 전통 교회에 대한 거부감이 순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역사적인 신앙 고백 가운데 존재한다며, 지난 2,000년의 교회 역사를 건너뛰고 새로운 교회론을 주장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서구 기독교와는 달리 한국교회에는 수도원적인 영성의 뿌리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머징 예배에서 사용하는 상징과 의식이 가톨릭적, 불교적인 영성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머징 교회에 대한 관심이 새로운 교회 성장 테크닉이나 '미국 교회 따라 하기' 차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회의 정체성을 논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2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조성돈 교수는 "다른 학교의 교수들, 교회 건축학자, 일선 목회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종교성의 변화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세미나가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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