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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건축'으로 무너지는 한국교회

기독교 세계

by Bliss Yeo 2010. 5. 2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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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건축'으로 무너지는 한국교회  
모여라, 돈 내라, 집 짓자!
 
입력 : 2009년 11월 29일 (일) / 뉴스앤조이


우선 오해를 피하기 위해 '성전 건축'이란 말 자체부터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한 교회 건물이 성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된 성전은 예수님의 몸을 뜻하며, 또한 그의 지체된 성도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교회 건물은 그저 예배를 드리고 모이는 장소일 뿐이다. 구약의 지성소처럼 무슨 하나님이 직접 임재하셔서 제사를 받고 기도를 들으시는 그런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신도들의 편리를 위한 모임의 장소인 것이다.

일부 목사님들이 헌금 강요를 위해 이를 과대 포장하고 '성전 건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비성경적인 발상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고 말씀하신 바와 같이, 여기서 '성전'이란 예수님 자신의 부활하실 몸을 의미한다. 신약시대에 사는 우리는 이미 오신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고 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성전이다. 그러므로 성전이라는 말 대신에 예배당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가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한국교회가 예배당 건축에 얼마나 미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100명이 모이면 500명이 모일 수 있게 지으려 하고, 그 뒤에 500명이 모이고 나면 다시 2,000명을 위한 건물을, 1만 명 교회는 5만 명을 위한 건물을 …. 이런 식으로 한국교회는 평생 건물만 짓다가 볼 장 다 보게 생겼다. 과연 이게 정상인가. 교회가 무슨 삽질 회사인가? 교회개혁실천연대 정운형 목사께서는 이를 지적하여 "한국교회는 딱 세 마디를 한다. 모여라, 돈 내라, 집 짓자!"라고 풍자하셨는데, 틀린 말이라고 반박할 자신이 없다.

더욱 한숨이 나오는 것은, 1,000명을 위한 예배당을 지어 놓으면 1,000명이 모이고, 1만 명을 위한 예배당을 지으면 또 1만 명이 채워진다는 웃기지도 않는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맛에 귀족 목사님들이 신바람이 나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증축하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사실이 은행까지 소문이 나서, 예배당 건축이라면 돈도 쉽게 잘 빌려 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의 수준이며 냉엄한 현실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교회들이 집짓기 놀이에 몸 바쳐 열을 올리니 건축 헌금에 이골 난 일반 교인들은 건축 헌금을 자주해야 하는 작은 교회를 기피하여 큰 교회로 몰리고, 큰 놈이 이기는 자본주의 경제 원리처럼 대형 교회가 소형 교회 수십 개를 잡아먹는 동족상잔의 참상마저 생기게 된 것이다. 즉 한 교회가 예배당을 더 크게 지을수록 다른 여러 교회가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악영향은 논외로 하더라도, 도대체 끝도 없이 건물만 짓다가 언제 제대로 일을 할 것인지 답답하다. 보통 크기의 교회가 주요 예산을 건물에 투입하고, 또 교역자 사례를 하고 나면 얼마나 남게 되는가. 이러니 구제비, 교육비, 선교비 등이 항상 축소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교회는 본연의 일보다는 몸집 부풀리기에 매달려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한 증식하기 좋아하는 원조 괴물이 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인체 내의 암세포이다. 이놈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주위의 다른 세포를 가리지 않고 좌충우돌 공격하여 자신의 몸집만 키우는데, 결국은 환자가 죽어야 증식을 멈춘다. 마치 한국교회의 슬픈 현실과 미래를 보여 주는 듯하지 않은가.

어떤 분들은 '교회가 더욱 커져야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세계 교회를 움직일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말로 대형 예배당 건축을 정당화하는 모양인데, 이는 순진한 교인들의 간덩어리를 키우는 데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나 역사가 보여 준 진실과는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정중히 말해 주고 싶다. 큰 건물, 막강한 재력, 풍부한 인력 등 그런 것들 믿고 헛바람 든 소리하지 마시고, 너나 잘 하시라고! 그런 것들은 다 모래성이고 아침 안개이며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와 세계 교회는 그대들보다 간은 작아도 머리는 훨씬 더 크니 아무 걱정 마시고, 그대들 자신이나 잘 감당하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자기 동네도 제대로 복음화하지 못하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세계 교회 타령이라니 좀 간지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그리고 다른 교회들도 세계 최대 교회이니, 장자 교단이니 이따위 건방진 소리 좀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대들의 헛소리가 '소녀시대' 앞에서 개폼 잡고 율동 자랑하는 것처럼 보여 민망하기 그지없다.

지금 나는 나 하나도 제대로 뒤집어엎질 못해 날마다 죽겠는데, 그대들은 무슨 여유가 있어 세계까지 움직이겠다고 난리인지 정말 부럽다. 세계가 그렇게 불도저를 몰고 삽질하며 밀어붙인다고 움직이는 그런 만만한 상대로 보이는가. 설사 그렇게 해서 세계 교회를 움직였다고 치자. 그럼 이제 그들에게 뭘 가르쳐 주시려고 하시는지 묻고 싶다. 혹시 또 한국교회 특유의 무한 증식 집짓기 비법이라도 전수해 주려는가.

그리고 최근에 그 잘나신 릭 워렌 목사님께서 "대형화한 교회가 신도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오두방정을 떠시는데, 제발 자다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좀 하지 마셨으면 좋겠다. 교회가 무슨 개인 비즈니스인가.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게? 바울이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선교하고 목회했나. 오히려 필요하면 자신의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신도들을 꾸짖으며 목회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가 무슨 맞춤형 웰빙 센타인가. 그러면 교회에서 게이 파티 하자고 해도 그 요구에 맞춰 줘야 하나? 교회의 우선적 임무는 무슨 복지 사업이 아니고 성경을 바로 가르치는 것이다.

목회는 '내 양을 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지, 양들의 편리를 위한 요구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목사가 하나님의 종이지, 신도들의 종인가. 이 사람들은 근본적인 생각부터가 인본주의적이니 목회를 주님의 일이 아닌 자기 비지니스로 수시로 착각하는 것이다. 세계에 영향을 주겠다더니, 오히려 미국 교회의 한 미끌미끌한 목사에게 영향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릭 워렌이 아니라 그 친구 할아버지나 사도 베드로가 말했어도 성경 원리에 맞지 않으면 틀린 것이 아닌가!

교회가 커져야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손에 쓰임을 받는 참된 의인 몇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바뀌는 법이다. 떼로 몰려다니던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세상을 바꾼 것이 아니라, 바울과 베드로 같은 소수의 헌신된 사람들을 통하여 세상이 바뀌는 법이다. 지금에야 위대한 사도들로 세상에 모르는 이가 없으나, 예수님 당시의 12제자들은 출신도 배경도 그리고 학문도 초라한 가난한 어부들이 대부분이었고 아무런 권력도 없고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무명의 민초들이었다.

그들에게는 후원하고 파송해 줄 막강한 대형 교회는커녕 대형 천막이나 하나 제대로 있었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고난을 받은 그들을 통해 하나님은 역사하셨고, 결국 후일에 로마 제국의 황제는 자신들이 죄인으로 몰아 처형시켰던 나사렛 출신 목수의 아들 예수를 나의 왕, 나의 주님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이다.

그러니까 요점은 건물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일을 한다는 뜻이다. 정치판을 보라. 부실한 사람들일수록 겉을 치장하고 세력을 키우고 몰려다니며 허세를 떠는 법이다. 건물을 키워 사람을 더 모으고 사람 수로 영향력을 확대해 보겠다는 그런 시도는 조잡한 세속의 방법이다. 그러나 역사를 통해 보여 주신 하나님의 방법은 다르다.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이 화려하고 수백 명 종업원의 서비스가 끝내줘도, 요리사가 엉터리이면 게임은 끝난 거다. 그러니 건물 타령하지 말고, 사람에 집중하자는 의미이다.

감리교의 큰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요한 웨슬리는 대형 교회의 도움 없이도 영국은 물론 미국까지 변화시키고 크게 영향을 끼친 존경할 만한 분이다. 그런데 당시 큰 교회들은 오히려 그를 비난하거나 내어 쫓았다. 지지 세력도 별로 없던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말 한 필 정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기존의 대형 교회도 하지 못한 큰일을 해냈던 것이다. 무디를 비롯한 수많은 신앙의 인물들은 큰 교회나 세력을 의지해서 일을 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의지한 것은 교회도 사람도 물질도 아니었고, 오직 하나님뿐이었다.

반면에 거대한 성당을 세우고 화려한 예배를 드리던 중세 교황과 주교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요즘 고등학생들도 잘 안다. 그 타락과 부패가 오죽 심했으면 세계사에 중세 암흑 시대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는가. 과거 찬란한 기독교 문화가 있었다던 유럽 교회들의 그 웅장한 건물들을 한번 쳐다보라. 그들이 건물이 없어 오늘날처럼 허망하게 망했는가. 수천 명이 모이던 그곳에 지금은 노인들만 십여 명 달랑 모여 주일예배를 드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큰 건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르치고 구제하고 선교하는 일에 실패했기 때문에 망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교회를 무조건 짓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회 건축은 처음 한 번만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교인 수가 증가하여 건물이 비좁게 되면 2부 3부 예배로 운영하고 그래도 터지게 비좁으면, 차라리 다른 교역자를 분가시켜 중소형 교회들을 확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 교회가 끝도 없이 비대해져서 얻어지는 결과는 기존 대형 교회들이 이미 충분히 잘 보여 주었다. 교회가 커지다 보니 명예와 이권이 생기고, 이권이 생기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니 세습도 하고, 공금횡령도 하고, 교권 싸움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귀족 목사님들 주머니가 두둑해지니 슬며시 딴 생각이 나서 간통도 하시고…. 하여간 세상보다 더 썩은 곳이 교회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신자 자신이 성전이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건물 확장에 열 내지 말고, 지역사회를 섬기며 예배와 구제, 선교 그리고 교육 등 교회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목사가 더 이상 먹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목사가 되면 잘 먹고 잘 산다는 말이 나오니 사명감도 자질도 안 되는 사람들이 목사가 되려고 하고, 또 그런 불순한 목적으로 목사가 되니 교회가 부패하는 것이다.

반대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목회가 너무 힘들어 낙심이 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된다. 그분들께 "힘내세요, 목사님! 지금 바른 길을 가고 계신 것입니다!"라는 위로의 말씀을 꼭 전해 드리고 싶다. 다윗이 아비의 양을 지키는 목동이었을 때, 때로는 사나운 사자나 곰과도 싸워야 했다. 그것도 죽을 각오로 싸워야 양을 사자의 입에서 구출할 수 있다. 사자나 곰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생명을 걸고 비장하게 싸워야 하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주의 양을 돌보는 목회도 때로는 생명을 걸고 싸워야 하는 영적 전투이기 때문에 쉬울 리가 없다.

특히 작은 미자립 교회에서의 목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말 힘든 사역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세상에 매우 편안하고 쉬운 목회가 있다면 그것은 병든 목회일 것이다. 오히려 힘들고 고생스러운 것이 목회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는 큰 교회의 귀족 목회를 부러워하지 않고, 작은 교회에서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 한 영혼의 이름을 부르며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는 목회야말로 진정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복 받은 목회인 것이다.

앞으로는 목사가 되면 호의호식하는 것이 아니라 고생길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순수하게 헌신된 사람들이 사역자가 되고, 그런 바른 사역자들이 합심해서 일을 할 때 한국교회는 더 이상 무한 증식 집짓기 놀이를 멈추고 교회 본연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건물을 키우는 대신에 사람을 키워야 한다. 나서서 설치기 좋아하는 얼뜨기들이 아니라,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할 그리스도의 참된 일꾼들을!

샬롬!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 (고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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