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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도서 비평

by Bliss Yeo 2010. 5. 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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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 (보급판)



최순우 | 학고재
2002년 03월
정가 : 9,500
414 면



■ 소개

우리 조상들의 순박하고 정겨운 삶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아련히 느껴지는 책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대표작들을 장르별로 묶어 그림과 함께 해설하고 있다. 자연 풍경과 곱게 어울리는 예술적 구조물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정겹게 느껴지는 책이다. (MBC 특별기획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 (보급판은 도서 페이지 수가 456쪽에서 416쪽으로 줄고, '조선 말기 회화/초상화·불화·민화/흔하지 않은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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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한국미 산책
우리 미술 / 건축미에 나타난 자연관 / 연경당에서 / 연가 / 후원과 장독대 / 한국의 실내의장 / 온돌방 장판 맛 / 조선의 자수병풍 / 고요한 익살의 아름다움

한국미 한국의 마음
신라 공예송 / 살결이 감촉 - 도자기 / 하늘빛 청자 / 분청사기의 멋 / 한국의 탈 / 비녀

건축
불국사의 대석단 / 부석사 무량수전 / 통도사 /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 / 비원의 연경당 / 비원의 부용정 / 경화루의 돌기둥 / 경복궁의 옛 담장 / 백제의 화상전 / 백제의 전돌무늬 / 신라의 막새기와 / 신라 보상화문전 / 통일신라의 전돌

불상
고구려 금동여래입상 / 백제 석조여래좌상 / 금동미륵보살반가상 / 미륵보살반가상 / 신라의 석조보살 / 석굴암 본존상 / 석굴암의 11면 관음상 / 석굴암의 범천상 / 철조석가여래좌상 / 철조여래불두 / 한송사 석조보살좌상 / 안동 제비원 여래석불

석탑
화엄사 사자석탑 / 화엄사 사자석탑 공양상 / 삼척 비석머리

금속공예
신라의 황금 보관 / 신라의 금귀고리 / 상원사 동종 / 성덕대왕 신종 / 용두보당 / 익산 왕궁리 석탑 사리장치 / 송림사 전탑에서 나온 장식꽂이 / 은입사 동제정병

목칠 · 민속공예
자개장 / 삼층탁자 / 나전칠기 송죽무늬 빗접 / 나전소반 무늬 / 선시대의 비녀 / 노리개 / 하회탈 - 양반의 눈웃음

신라토기
신라 토우 / 토기 오리 한 쌍

청자
정차돋을무늬연당대접 / 청자죽절문병 / 청자복사문매병 / 청자거북주전자 / 청자석류주전자 / 청자오리연적 / 청자상감운학문매병 / 청자상감과 형주자 / 청자상감모란문 항아리 / 청자상감운학문 베개 / 청자상감어룡문매병 / 청자진사채 연화문주자 / 철채자기삼엽문매병

분청사기
분청사기조화문편병 / 분청사기추상문편병 / 분청사기철회연당초문병 / 분청사기철회어문병 / 분청사기철회초문장군 / 분청사기철회초문대접

백자
백자상감초문편병 / 백자상감모란문병 / 백자철회죽문 항아리 / 백자철회포도무늬 항아리 / 백자철회용문 항아리 / 백자 달항아리 / 백자진사채모깎기 항아리 / 청화백자추초문병 / 청화백자화병 / 청화백자운용문 항아리 / 청화백자학춤 항아리 / 청화백자목련문 왕사발 / 청화백자철회진사국화문병 / 청화백자진사채매화문병 / 청화백자선도연적 / 청화백자운학문 베갯모

조선 전기의 회화
인재 강희안의 한일관수도 / 창강 조속의 조작도

조선 후기의 회화 - 겸재 정선
금강산 만폭동도 / 통천문암도 / 비로봉도 / 조옹도 / 인곡유거도

조선 후기의 회화 - 영조시대
화재 변상벽의 참새와 고양이 / 관아재 조영석의 장기 / 능호관 이인상의 노송도

조선 후기의 회화 - 단원 김홍도
봄시내 / 사민도 중 '상(商)' / 고누 / 무악도 / 평안감사의 연유도들

조선 후기의 회화 - 정조시대
고송유수관도인 이인문의 산수도 / 긍재 김득신의 대장간 / 긍재 김득신의 천렵도 / 긍재 김득신의 파적도

조선 후기의 회화 - 혜원 신윤복
연당의 여인 / 미인도 / 월하정인 / 기방도 / 검문 / 밀회 / 굿놀이 / 봄나들이 / 선술집 / 초당놀이 / 빨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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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나는 가끔 이 연경당이 내 것었으면 하는 공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곧잘 나의 평생소원은 연경당 같은 집을 짓고 그 속에 담겨보는 것이라는 농담을 해 본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 숨김없는 나의 현실적인 소망이면서도 또한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허전한 꿈이기도 하다. 세상에 진정 잊을 수 없는 연인이 두번 다시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아마 세상에는 정말 못 잊을 집도 다시 있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 p.24
그리 험하지도 연약하지도 않은 산과 산들이, 그다지 메마르지도 기름지지도 못한 들을 가슴에 안고 그리 슬플 것도 복될 것도 없는 덤덤한 살림살이를 이어가는 하늘이 맑은 고장,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강산에서 먼 조상 때부터 내내 조국의 흙이 되어 가면서 순박하게 살아 왔다.

--- p.14
나는 가끔 이 연경당이 내 것었으면 하는 공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곧잘 나의 평생소원은 연경당 같은 집을 짓고 그 속에 담겨보는 것이라는 농담을 해 본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 숨김없는 나의 현실적인 소망이면서도 또한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허전한 꿈이기도 하다. 세상에 진정 잊을 수 없는 연인이 두번 다시 있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아마 세상에는 정말 못 잊을 집도 다시 있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 p.24
부석사 무량수전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 p.78
긍재 김득신의 파적도

신윤복의 풍속도에 있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도회적인 세련이나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볼 수 있는 구수하고도 익살맞은 서민사회의 일하는 풍정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이 김득신의 풍속도에서는 기지아 해학의 즐거움이 생동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김득신의 작품이 모두 그렇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본 이 풍소도첩의 내용들을 보면 언뜻 김홍도의 아류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김홍도의 작품에서 은은히 흐르는 인간들의 품위나 은근한 시정에 비하면 김득신의 작품에서는 풍김이 또 다른 익살과 재치가 엿보인다고 하고 싶다.

이른 봄날의 안낮 툇마루에서 자리를 치던 노경의 한 부부 앞에서, 아껴 키우는 병아리를 도둑고양이가 물고 뛰는 스릴 있는 장면이 너무나도 실감나게 표현된 이 그림을, 나는 그의 풍속도 작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한다. 다급한 어미닭은 필사적으로 새끼를 구하려고 덤벼들고, 뒤를 돌아보는 고양이를 쫓아 영감은 긴 장죽을 치키들고 사뭇 툇마루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닫는 절박한 풍경이 너무나 한국적이며 너무나 서민적인 익살과 정서를 보여 주는 까닭이다.

--- pp.378-380
■ 기타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미의식을 일깨우는 최고의 안내서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미의식을 일깨우는 최고의 안내서이다. 우리에게 이런 책 한 권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위안이고 자랑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미술사를 전공한 이후 선생의 글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고백하건대 내가 한국미술의 특질과 자존심에 대하여 주장한 바의 대부분은 선생의 안목에 힘입은 것이었다. 내가 『최순우 전집』과 이 책의 발간에 참여했던 것은 선생의 학문적 음덕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미술과 문화재에 눈을 뜰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지체 없이 “좋은 미술품을 좋은 선생과 함께 감상하며 그 선생의 눈을 빌려 내 눈을 여는 길”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때의 선생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책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좋은 선생, 좋은 책으로는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이상이 없다는 대답까지 해오고 있다.

최순우 선생은 평생을 박물관에서 일해온 박물관 인생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박물관 위상이 이만큼 올라 있는 것도 선생의 큰 업적 중 하나이다. 어쩌다 박물관에 가서 학생들이 공책을 펴고 유물에 대한 감상을 적으면서 숙제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박물관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자 애쓰시던 최순우 선생께서 흐뭇하게 웃으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곤 했다. 그러면서도 그 학생들이 박물관의 유물 안내서보다 선생의 이 책을 보고 거기에서 감상법을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했다.

새로운 독서운동으로 이제 보급판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또 그 수익금은 좋은 일에 쓰이게 된다니 흐뭇하고 또 가슴이 설렌다. 내가 아무런 권한도 없으면서 선생을 대신하여 이 책의 보급판에 서문을 쓰게 된 것은 평소의 그런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순우 선생께서도 저 하늘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우리를 지켜보시며 나의 무뢰함을 용서하시리라 믿는다.(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혜곡 최순우 선생의 한국 미술 산책기
조국의 강토에서 빚어진 한국의 미술품들은 조상들의 긴 이야기와도 같으며, 한숨과 웃음이 뒤섞인 한반도의 표정과 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미에 대한 선생의 깊고 담담한 애정이 우리 미술의 참뜻을 전해주는 탁월한 안목과 따뜻한 문장 속에 녹아 있다.

---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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